칼 포퍼가 제시한 반증주의(falsificationism)는 20세기 과학철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 중 하나다.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경계 설정 문제에 대한 포퍼의 답변은 현대 과학적 연구 방법론과 과학 문화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포퍼 반증주의의 핵심 원리
포퍼는 귀납법의 문제, 즉 아무리 많은 관찰 사례도 보편 법칙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흄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그의 해법은 검증(verification)이 아닌 반증(falsification)을 과학성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었다. 좋은 과학 이론은 반증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론이 틀렸음을 보여줄 수 있는 잠재적 관찰이나 실험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수성의 근일점 이동과 빛의 굴절이라는 구체적 반증 가능 예측을 제시했기에 진정한 과학 이론이다. 반면 어떤 증거로도 반증될 수 없는 이론(프로이트 정신분석, 마르크스 역사 이론의 일부)은 과학이 아닌 의사과학(pseudoscience)에 가깝다고 포퍼는 주장했다.
현대 과학적 연구 방법론에 준 영향
반증주의는 현대 과학 문화와 연구 방법론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가설을 증명하려 하기보다 반증하려는 태도, 대안적 설명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개방성, 이론의 수정과 폐기를 진보로 보는 관점 등이 그것이다. 임상 연구에서 대조 실험과 통계적 검정은 반증주의 원리를 실천하는 방법론이다. 그러나 포퍼의 반증주의는 쿤, 라카토슈, 파이어아벤트 등에 의해 수정되고 비판받았다. 실제 과학사에서 이론은 반증적 증거가 나타나도 쉽게 폐기되지 않으며, 보조 가설의 조정을 통해 방어된다. 현대 과학철학은 반증주의를 이상화된 규범으로서가 아닌, 과학적 합리성의 중요한 요소로 이해한다.
